[기계신문] 1971년에 개발된 모 기업의 최초 프로세서는 회로 선폭 10마이크로미터로 칩 하나에 트렌지스터 2,300개를 탑재했다.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전자기기의 소형화는 가속화되었고, 현재 동일 기업에서 출시하는 최신 프로세서는 회로선폭을 10나노미터까지 줄여 칩 하나에 훨씬 많은 트렌지스터를 탑재해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켰다.

이러한 배경에는 나노패터닝(nanopatterning)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요구되는 미세 패턴의 사이즈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면서 전통적인 리소그래피(lithography) 방식은 나노패턴 형성을 위해 필요한 돈과 시간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리소그래피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블록공중합체 자기조립을 통한 차세대 나노패터닝 방법이 등장했다.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는 박막 상에서 자기조립을 통해 스스로 주기적인 나노패턴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성질을 이용하면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패터닝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기존의 리소그래피 기술보다 값싸고 빠르게 초미세 나노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나노패터닝 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블록공중합체 박막이 형성하는 나노패턴은 박막과 기판 사이의 계면조건 혹은 박막의 표면조건을 정확하게 통제해야 원하는 나노패턴을 얻을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 나노 모자이크 코팅공정의 개념도, 고분자 용액을 물에 떨어 뜨려 점무늬의 나노 모자이크를 만들 수 있다.

최근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팀이 ‘나노 모자이크 코팅’을 이용해 블록공중합체의 복잡한 패턴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더 작은 반도체 소자 제작을 위해 필요한 나노패터닝 공정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같은 미세 소자는 강한 빛을 이용해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리소그래피 공정을 이용해 제작한다. 성능 좋은 전자기기를 만들려면 반도체 크기가 작아야 하고, 회로 폭도 더 가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10나노미터 폭 이하로는 회로 구현이 힘들다. 게다가 공정 비용이 비싸고, 각종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문제도 있다.

▲ 나노 모자이크 코팅된 기판 표면의 전자현미경 사진. 점무늬가 마치 모자이크 형상과 같아 나노 모자이크로 명명됐다.

김소연 교수 연구팀은 ‘나노 모자이크’ 코팅 기술을 통해 블록공중합체 박막의 계면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통제해 블록 공중합체 나노 패턴을 얻는 데 성공했다. 고분자 용액을 물 표면에 몇 방울 떨어뜨리면 조밀한 점 무늬인 ‘나노 모자이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형성된 ‘나노 모자이크’ 위에 블록공중합체를 올려 원하는 형태의 나노 패턴을 얻는 방식이다.

블록공중합체와 기판 사이의 나노 모자이크 막(코팅)이 계면 에너지를 조절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나노 모자이크 간격을 얼마나 조밀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계면에너지 크기 쉽게 조절할 수 있다.

▲ 나노 모자이크 코팅을 통한 계면 조절 및 초미세 나노 패터닝. (위)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조절된 나노모자이크 코팅 및 그에 따른 기판의 표면에너지 변화와 (아래) 나노모자이크 코팅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초미세 나노패터닝

연구팀은 블록공중합체와 기판 사이에 나노 모자이크를 만들어 아무 처리하지 않은 기판 위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블록 공중합체 초미세 나노패턴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나노 모자이크를 기판에 코팅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김동협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블록공중합체를 패터닝하려는 기판을 고분자 용액을 떨어뜨린 물 표면에 통과하기만 하면 나노 모자이크가 영구적으로 코팅된다”며 “기판의 종류와 모양에 관계없이 코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나노 모자이크 코팅 적용 유무에 따른 블록공중합체 나노패터닝

연구팀은 실리콘 기판 외에도 인듐틴옥사이드, 몰리브덴 기판 등 16가지 종류의 기판에 나노 모자이크를 코팅해 블록공중합체 나노패터닝에 성공했다. 또 미세한 피라미드나 원통모양의 형태의 기판에도 나노 모자이크 코팅을 적용해 3차원 나노패터닝이 가능했다.

김소연 교수는 “블록공중합체 나노패터닝은 차세대 리소그래피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확한 계면조절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다”면서 “나노 모자이크 코팅은 기존 고분자 박막 계면 조절 방식보다 훨씬 간단해 대면적으로 산업화가 용이하며, 향후 다양한 시스템의 계면조절에 응용 가능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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