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부드러운 소재의 소프트 로봇은 높은 자유도와 적응성을 바탕으로 기존 단단한 소재의 로봇을 이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소프트 로봇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가 활발하지만, 각각의 구성요소를 하나의 로봇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선정윤, 김호영 교수 연구팀이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 착안해 전기적으로 주변의 물체를 감지하여 포획하고 불필요한 오염물을 스스로 털어내는 거미줄 로봇을 개발했다. 이는 금속이나 세라믹 등 단단한 소재의 로봇을 활용할 수 없는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신축성 전극 역할을 하는 선형의 이온 전도성 오가노젤 코어와 이를 감싸고 있는 절연체 역할의 실리콘 탄성체로 구성되어 있다. 거미줄 로봇의 모든 구성요소는 신축성 소재로 구성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거미줄 로봇은 투명, 혹은 반투명한 소재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위장할 수 있다.

거미는 최소한의 거미줄을 이용해 먹이를 잠깐 포획할 수 있는 그물을 만든 뒤 기다린다. 이후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서 발생한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한 거미는 탈출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거미줄을 먹이에 감는다. 즉, 거미의 먹이감지 능력은 거미가 최소한의 거미줄 만으로 그물을 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오염되는 거미줄의 양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거미는 새총을 쏘듯 거미줄을 잡아당겼다 놓는 방식으로 거미줄에  붙어있는 오염물들을 날려버린다. 관성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염된 거미줄의 포획 능력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이처럼 신축성의 거미줄만을 이용하여 먹이를 감지 및 포획하고, 오염물을 제거하는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상호보완적인 구성요소들을 간단한 구조로 통합한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 정주성 거미는 점성이 있는 신축성의 거미줄만을 이용하여 먹이를 감지 및 포획하고,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유전 탄성체로 코팅된 신축성 전극 한 쌍만으로 물체의 감지 및 포획, 그리고 오염물 제거를 전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손바닥 크기의 방사형 거미줄을 닮은 이 로봇은 전극 역할을 하는 오가노젤(organogel)을 절연체 역할을 하는 실리콘 탄성체로 둘러싼 샤프심 두께의 신축성 있는 전도성 섬유 소재를 배열해 만들었다. 오가노젤은 다량의 유기용매와 삼차원적으로 가교된 고분자 사슬로 이루어진 신축성이 있는 고상의 소재로, 용매에 녹아있는 이온에 의해 이온 전도성을 갖는다.

개발된 거미줄 로봇에 직류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로봇 주위에는 강력한 전기장이 형성되며 주변 물체의 분극을 유도하게 된다. 이렇게 분극된 물체와 로봇 사이에는 강한 정전기적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거미줄 로봇은 금속, 폴리머, 세라믹 등 다양한 종류의 물체를 전기적으로 포획할 수 있다.

또한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모든 구성 요소가 신축성 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축성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68배 더 무거운 물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였다.

거미줄 로봇은 정전기유도 현상으로 물체 표면의 정전하로부터 나오는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거미줄 로봇이 물체와의 상대적인 거리를 비접촉 방식으로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물체가 충분히 접근했을 때만 전기 포획 기능을 작동하여 불필요한 오염물이 포획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감지 능력을 바탕으로 거미줄 로봇은 감지 능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포획력을 32.5배 높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 거미줄 로봇은 진동을 이용해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하고, 전기장 변화를 통해 물체의 접근을 감지한 뒤, 포획 기능을 작동시켜 전기적으로 물체를 포획한다. 이후에는 진동을 통해 포획한 물체를 탈착시킨 뒤 대기상태로 전환된다.

이러한 감지 능력에도 불구하고 거미줄 로봇이 오염되는 경우에는 거미줄 로봇에 교류 고전압을 인가하여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인가된 교류 전압의 진동수가 로봇의 공명 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면 로봇은 초당 수백 번까지 빠르게 진동하며 표면의 오염물을 관성력을 이용해 튕겨낼 수 있으며, 이러한 오염물 제거 능력을 통해 오염물에 의해 감소한 포획력을 98.7% 이상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선정윤 교수는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을 전기적으로 모사하여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비정형화된 물체 잡기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거미줄 로봇은 소프트 로봇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차세대 인공 근육 및 전자 피부, 그리고 로봇 팔 등에 주요한 설계 변경 없이도 추가적인 기능성을 부여해 활용범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거미줄 로봇은 유전 탄성체로 코팅된 신축성의 유연 전극 한 쌍만으로도 물체의 포획과 감지, 그리고 오염물 제거가 가능하다. 또한, 자연 모사를 통해 다양한 상호보완적인 구성요소들을 간단한 구조로 결합시킨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소프트 로봇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로봇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표지논문으로 7월 16일 게재됐다.

▲ 거미줄 로봇 관련 이번 연구 성과는 로봇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저널의 표지논문으로 7월 16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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