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소재 연구가 각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빛, 온도, 전·자기장 등의 외부 환경의 자극을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여 스스로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성 스마트 소재는 외부 자극인 자기장에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광범위한 환경에 침투 가능한 자기장의 특성 덕분에 다양한 활용도를 인정받으며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자성 스마트 소재는 일반적으로 소재 제조 과정 동안 자화 형태(magnetization pattern)가 결정되고 자화 형태를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소프트 액추에이터로써의 응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김지윤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권민상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화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자성 스마트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낮은 온도에서 녹는 물질을 이용해 자화 형태를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했다.

▲ 자화 형태(pattern) 재설계(reprogramming)가 가능한 자성 스마트 소재의 구조 및 원리

자성 스마트 소재는 내부에 미리 입력된 자화 형태와 외부 자기장 간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 자석에 다른 자석(자기장)을 갖다 대면 발생하는 인력이나 척력을 이용하는 셈이다.

자화 형태는 자석 힘의 세기와 N-S극 방향을 결정하는 ‘설계도’다. 자화 형태에 따라 자성 스마트 소재가 특정한 방향으로 굽혀지거나 접힌다.

하지만 자화 형태는 소재 제작 과정에서 한 번 고정되면 바꾸기 쉽지 않다. 움직임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고, 외부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장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성 스마트 소재가 널리 쓰이지 못하는 이유다.

공동 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상태가 바뀌는 물질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소재는 ‘자석입자’(자성물질)와 ‘상변화 물질’(PEG, Polyethylene glycol)이 혼합된 마이크로미터(10⁻⁶m) 크기의 알갱이(자성 미소 구체)가 고분자 기질에 박혀 있는 구조를 갖는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변화 물질인 PEG 때문에 자화 형태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얼음 속 구슬은 단단하게 고정되지만 물속에선 자유롭게 움직이듯, 액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자화 형태를 새롭게 입력할 수 있다. 반면 온도가 상온으로 내려가면 고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자화 형태가 고정된다.

▲ 개발된 자성 스마트 소재를 이용한 소프트 오리가미(종이접기) 액추에이터. 복잡한 형상으로 변형 및 구동 가능한 자성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제작함. PEG의 상변화는 가역 반응이라 반복적 재설계(reprogramming)를 통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송현서 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PEG의 고체 액체 간 상변화는 ‘가역 반응’이라, 위 과정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복합소재의 자화 형태를 원하는 만큼 쉽게 재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발한 복합소재로 ‘셀프 종이 접기’가 가능한 자성 소프트 액추에이터까지 만들었다. 연구팀은 액추에이터의 자화 형태를 실제 작동 환경(in situ)에서 재설계하고, 이를 자기장에 노출시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다양하게 구현했다. 가역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액추에이터에 반복적으로 새로운 자화 형태를 입력해도 소재의 성능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 김지윤 교수(좌측)과 송현서 연구원(우측)

김지윤 교수는 “기존 연구와 달리 자성 입자나 고분자 기질의 고유 특성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쉽게 자화 형태 재설계가 가능한 소재를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유연성도 갖춰 의공학, 유연 전기소자, 소프트 로봇 등 가변 구조형 스마트 소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7월 8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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