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상우 KAIST 화학과 교수(나노텍토닉스 창의연구단장)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분자의 전기적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인 작용기를 전극이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전극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반응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여러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만능 작용기를 개발했다.

▲ 연구팀은 분자를 전극에 부착하고, 전압을 가해 부착된 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양 전압이 걸리면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의 전자밀도가 감소하고, 음 전압이 걸리면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의 전자밀도를 증가시키는 식이다. 그림은 만능 작용기의 구조를 나타낸 모식도

작용기는 유기화합물의 전기적 성질을 결정짓는 원자단으로, 에탄올(C₂H₅OH)의 하이드록시기(-OH), 아세톤(CH₃-CO-CH₃)의 카보닐기(-CO-) 등이 작용기에 해당한다.

작용기는 전자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효과를 통해 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한다. 전자밀도 분포를 조절하여 분자의 반응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는 화학반응의 평형과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1937년 미국의 화학자 루이스 하메트가 작용기의 종류에 따른 분자의 전기적 성질 변화를 정량화한 공식을 만든 뒤, 80여 년 동안 화학반응을 이해하는데 이 공식이 활용되었다.

▲ 연구팀은 전극이 기존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만능 작용기(B)’는 전압 조절을 통해 기존 여러 종류 작용기(A)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밝혀진 작용기는 하나의 작용기가 정해진 특정 전기적 효과만을 줄 수 있어 분자의 전기적 성질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려웠다. 또한, 복잡한 분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합성되는데, 각 반응마다 최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작용기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작용기 대신, 하나의 작용기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작용기는 금 전극에 분자를 부착한 형태다.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분자 내 전자밀도 분포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분자의 전기적 성질에 변화가 생긴다.

▲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오른쪽)과 원중희 연구원(왼쪽)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압을 바꿔가며 분자의 전기적 성질 변화를 관찰한 결과, 분자는 전극에 음(–) 전압이 걸렸을 때 전자가 풍부해지고, 양(+) 전압이 걸렸을 때 전자가 부족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에스터 가수분해, 스즈키-미야우라 교차 짝지음, 아미드화 등 대표적인 유기화학 반응에 적용해본 결과, 전극에 전압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여러 작용기의 효과를 낼 수 있어 기존 작용기의 효과적인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준 · 원중희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원, 안호진 KAIST 연구원, 백무현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한상우 나노텍토닉스 창의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이번 연구는 80여 년간 널리 사용되어온 전통적인 화학적 실험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나의 작용기는 하나의 전기적 효과만 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만능 작용기는 화학반응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분자의 반응성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무현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다양한 화학반응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학계의 다양한 후속연구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규모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 개발을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10월 9일 3시(한국시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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